이 작업은 도시의 이미지 기반 현실이 어떻게 폐허처럼 소비되는지를 기록하고 재구성한다. 작가는 철거 직전의 공사현장, 무너진 벽, 인공 재료의 파편을 촬영한다. 그렇게 얻은 이미지는 찢기고, 겹쳐지고, 콜라주되어 새로운 형태의 ‘풍경’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이 풍경은 현실을 재현하지 않는다. 현실을 흉내 내는 이미지처럼 작동하며, 그 이미지 자체는 비어 있고 파편화되고 이격된 감각적 잔여처럼 행동한다. 여기서 폐허·이미지·풍경의 구분은 의도적으로 흐려지고, 하나의 평면 위에서 동등한 요소로 압평된다. 얇은 가림막 너머로 스쳐 보는 공사장의 광경은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도시의 변화는 먼저 이미지로 인지되고, 다시 한 번 감각적 파편으로 소비된다. 그 결과 도시에 내재한 시간·장소·재료·흔적은 붕괴된 시각적 표면으로 축약된다. 이 작업은 이러한 ‘익숙함’에 대한 회의에서 출발해, 무수한 이미지의 파편과 레이어링을 통해 현실의 풍경을 낯설게 함으로써 다시 구성하려 한다.
b. 1996
홍우인은 언어로 포착되지 않고 이해를 넘어서는 것에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 왔다. 다양한 미적 장치를 통해 작가는 대상을 이해 불가능한 영역으로 전치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작품은 세계를 고정적이고 결정론적인 모델로 보는 관점을 거부하고, 보다 유동적이고 개방된 체계로서의 가능성을 탐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