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기반을 둔 박혜영 작가는 일상 속에서 쉽게 지나치거나 잊혀지는 사소한 순간들과 감각들을 회화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녀는 보이지 않거나 이미 사라진 것들을 포착해 캔버스에 남기는 과정에 관심을 두며, 회화를 기억을 복원하고 감각을 기록하는 도구로 삼는다. 그녀의 작업은 단순히 사물을 재현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관람자가 자신의 경험과 시각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대상을 인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익숙한 풍경이나 감정의 파편들을 화면 위에 겹겹이 쌓아 올리며, 개인적인 체험이 어떻게 사회적 맥락과 연결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그녀가 회화를 통해 되살리고자 하는 것들에는 ‘잃고 싶지 않다’, ‘잊고 싶지 않다’는 욕망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고, 붓질을 반복하며 캔버스를 어루만지는 행위는 그러한 감정적 충동을 다시 일으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녀의 초점은 재현 그 자체가 아니라, 특정한 장면이나 사물이 그녀에게 지닌 ‘가치’를 복원하는 데 있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단일한 진실에 조용히 저항하듯, 그녀는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버리기 쉬운 것들을 포착해, 다시 감지 가능한 형태로 전환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