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림은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시각 예술가로, 한국에서 태어났다. 베를린에서 시각커뮤니케이션을, 서울에서 순수미술을 공부하며 감정의 뉘앙스와 형식적 명료성을 결합한 독자적 서사 방식을 발전시켰다. 첫 그림책 『아주 가벼운 소녀와 아주 무거운 소녀』는 해외에서 출간되었고, 2023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의 BRAW Amazing Bookshelf에 선정되어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남기림의 작업은 언어만으로는 온전히 포착하기 어려운 감정·시간·침묵의 층위를 시각화하는 데서 출발한다. 기하학적 추상과 절제된 최소 형식은 그의 작업을 규정하는 특징으로, 화면 속 도형과 상징적 캐릭터들은 단순한 스타일이 아니라 형·색·구성이 문법처럼 작동하는 ‘시각 언어’에 대한 깊은 관심의 표현이다. 형태를 본질로 환원함으로써 그는 추상성과 정서적 울림을 겹치는 시적·상징적 이미지를 만든다. 그의 손에서 기하학은 복잡한 현실을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자유로운 구조가 된다. 캐릭터와 형식은 직접 설명 대신 암시로 의미를 생성하는 시(詩)적 장치로 기능한다. 결국 남기림의 작업은 시각적 탐구의 장이 된다. 최소 단위의 형태와 색이 무한한 해석과 상상의 가능성을 여는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