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진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서양화 전공의 시각 예술가다. 그의 작업은 말 이전의 정서, 형상이 생기기 직전의 지각 상태, 명확한 정의를 거부하는 모호한 감각을 포착하는 데 초점을 둔다. 회화를 통해 사물·표면·시선·인식 사이의 불확실한 틈을 더듬으며, “무언가를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시지각은 우리의 감정과 기억을 어떻게 형성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는 나무줄기, 직사각 프레임, 건축적 경계 같은 일상의 구조와 표면을 고정된 사물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지각과 감정의 층이 드러나는 ‘창’ 혹은 ‘장(field)’으로 관찰한다. 그의 회화는 이러한 잔류적이고 지속되는 정동 상태를 위한 시각 언어를 구축하려는 시도다. 유화의 물성과 시간성은 느림·축적·감각의 잔여에 대한 그의 관심과 밀접히 맞닿아 있다. 반복적으로 덧칠되는 붓질과 두텁게 쌓인 물감의 신체성은 시간·감정·기억의 층위화된 질감을 형상화하게 한다. 즉각적 재현을 제공하는 디지털 이미지와 달리, 유화는 즉시적 해석에 저항한다. 김현진에게 이 매체는 직관이 가라앉고 감각이 응고되어 형상으로 굳어지는 자리다. 그의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모티프는 ‘표면’이다. 표면은 단순한 외피가 아니라 지각과 감각이 교차하는 장소이며, 그 지점을 추상과 물질적 현존의 장으로 번역하는 것이 그의 회화다. 그는 유화의 저항감과 깊이를 통해 붙잡히지 않는 감각을 머물게 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가시화하는 방식을 모색한다. 현재 그는 인공 환경에서 발견되는 표면과 지각의 간극을 바탕으로 한 연작을 진행 중이다. 앞으로도 유화의 물질적·시간적 특성이 감각적·정서적 경험을 위한 언어로 어떻게 기능할 수 있는지를 계속 탐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