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주는 서울에서 거주하며 작업한다. 그는 관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정서의 흐름과 심리적 역학을 시각화한다. 캔버스 위의 정사각형과 마름모 프레임은 시작, 시험, 반복되는 선택의 순환을 상징한다. 우리는 누군가를 알아갈수록 더 가까워지기 위해 결점을 모른 척하고, 작은 가장을 통해 자신을 보여 주곤 한다. 그러나 관계가 깊어질수록 애써 외면했던 감정이 표면으로 떠오르고, 타인과 자기 자신을 향한 의심이 뿌리내린다. 작가는 이러한 정서의 움직임을 ‘공간’이라는 단위로 포착한다. 각 공간은 경험과 신념의 흔적이 새겨진 하나의 세계이며, 이 공간들이 교차하며 화면 전체에 유기적 패턴을 만든다. 그 안에는 실패와 피로의 그림자가 깔려 있지만, 동시에 절망의 무게에 맞서 삶을 들어 올리려는 갈망도 스며 있다. 결국 우리는 새로운 공간을 향해 계속 손을 뻗는다. 불확실함 속에서도 견디고 다시 시도하며, 타인을 이해하려는 조용하고 사려 깊은 의지를 다진다. 작가의 캔버스는 그러한 흔적—감정, 시도, 연결—이 모여 이루는 부드러운 풍경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