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우는 반복, 물질성, 미완(未完)의 감각들을 통해 사물과 몸, 현존과 부재 사이의 긴장을 탐구한다. 그는 ‘닿을 수 없는 것에 닿으려는 불가능한 행위’라는 개념에 주목하며, 형상화되지 못한 감각, 남겨진 흔적, 닿을 수 없는 피부의 표면 같은 주변부의 감각을 조각적으로 붙들어 보려 한다. 그의 실천은 점토를 쌓고 해체하고, 구멍을 뚫고 메우는 반복의 순환으로 이루어진다. 목표는 최종 형상이 아니라, 증발·축적·균열·떨림에서 비롯되는 불완전한 주름과 잔여를 드러내는 일이다. 이 과정은 단순한 물리적 구축이 아니라, 존재의 조건과 물질의 언어에 대한 시적 사유다. 주름, 균열, 겹침 같은 모티프는 전 작업에 걸쳐 반복되는데, 이는 표면적 결과가 아니라 이중적 존재 양식의 조각적 은유로 작동한다. 이러한 형식적 언어를 통해 최서우는 겉으로는 맞닿아 보이지만 끝내 만나지 않는 것들 사이의 간극을 감각적으로 더듬게 하며, 관객이 그 미세한 간격을 자각하도록 유도한다. 세라믹, 유리, 점토, 회화적 채색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투명/불투명, 단단함/취약함이 교차하는 질감을 혼성한다. 파편화·불연속·반복의 구조에 서 있는 각 작업은 존재의 본성 그 자체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