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업은 권위의 비가시성과 그 이미지를 둘러싼 환영을 드러내는 조각적 은유다. 작가는 조선시대 청화백자의 형식을 전유해 디지털 프린트, 드로잉, Vantablack, 스티로폼 등 인공적이면서 비물질적인 재료로 재구성함으로써, 전통적 미의 관념이 어떻게 소비 가능한 이미지로 변환되는지를 묻는다. 특히 한때 최고 권위를 상징하던 오조룡(五爪龍) 문양은 여기서 가벼움과 복제 가능성의 표지로 재상상된다. 궁극적으로 작품은 우리가 소유하려는 것이 ‘실재’가 아니라 ‘이미지’이며, 박물관과 같은 제도가 이러한 이미지에 권위를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문화적 신화를 생산한다는 점을 가리킨다. 더 나아가 작품은 현실을 대체하고 진실처럼 기능하는 이미지의 마술적 힘을 드러내며, 예술과 소비, 권위와 환영 사이의 관계를 해체한다.
South Korea, b. 1967
오랜 시간 현대미술의 변화 속에서 협업을 이어 온 이정열(Lee Jungyeol)은, 거의 40년에 걸쳐 기억과 시간, 일상 사물에 남은 잔여의 시성을 공동으로 탐구해 왔다. 스무 대 초반에 출발한 그의 여정은 대화와 공유된 시선, 그리고 간과된 것들을 함께 다시 상상하는 실천으로 굳어졌다. 육십 년에 가까운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꾸준한 질문과 발견된 재료가 만들어 내는 조용한 혁명의 힘을 증명한다. 이정열의 작업 핵심에는 ‘버려진 것’과 ‘기념되지 않은 것’에 대한 거의 고고학적인 관심이 있다. 쓰임의 흔적을 품고 있으나 우리의 의식에서 밀려난 파편들 - 그는 그 잔흔을 다시 불러온다. 대표작 Cement Monitor는 이를 압축한다. 과거 컵이 남긴 자국 위에 실제 커피컵을 다시 놓는 행위를 통해, 그는 단순한 복원이 아니라 되돌려 주기의 장면을 만든다. 잊힌 형태를 소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용기를 한때 움직였던 무의식적 욕망, 권위, 열망을 함께 환기하는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이것은 스타벅스가 아니라, 스타벅스처럼 보이고자 하는 현대인의 자화상이자 해석이다.” 개인의 정체성과 기업의 상징성, 그리고 집단적 기억이 일상의 의식(ritual)에서 남긴 침전이 한 지점에서 만난다. 수집가와 동료 예술가들이 이정열의 작업에 끌리는 이유는, 그가 산업의 잔해를 동시대의 갈망을 담는 매개로 바꾸어 내는 미묘한 연금술에 있다. 그의 실천은 여전히 협업과 실험에 뿌리를 두며, 우리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기념하는지, 그리고 시간의 흔적 속에 암호화된 서사가 무엇인지를 다시 묻도록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