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 b. 1997
임현하의 작업은 알고리즘 시스템과 디지털 광고가 인간의 지각, 정체성,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비판적으로 탐구한다. 개인화 알고리즘이 일상을 규정해 가는 세계에서, 맞춤형 콘텐츠는 개별 취향에 ‘봉사’하는 동시에 찰나적이고 반복적인 이미지들을 통해 사용자 자율성을 서서히 잠식하고, 이데올로기와 욕망을 각인한다. 진행 중인 「Fake of Fake of Fake Painting」 연작은 인스타그램과 같은 플랫폼에서 마주치는 디지털 광고에서 출발해 그것을 캔버스 위 아크릴 회화로 번역한다. 스크린 기반의 덧없는 이미지를 손에 잡히는, 빛을 반사하는 표면으로 바꾸며, 임현하는 빠른 디지털 소비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느리고 의도적인 관람의 공간을 되찾는다. 이러한 그림들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를 흐리며, 광고의 층층이 중첩된 ‘가짜성’을 드러내고 그것을 회화의 언어 안에서 재맥락화한다. 탐구의 출발점인 「Algorithm Diary」 연작에서 작가는 개인화 광고 이미지를 수집해 디지털 콜라주로 엮고, 홍보 의도를 걷어내며 사용자의 사고·감정·선택을 형성하는 끈질긴 패턴을 노출한다. 이어 이 콜라주를 물리적 매체로 옮김으로써, 미디어 포화 환경에서 정체성이 구성되는 메커니즘을 되묻는다. 임현하의 작업은 단순한 비판에 머물지 않는다. 관객에게 멈추어 관찰하고, 이미지 소비에 대한 능동적 태도를 회복하자고 제안한다. 예술이 알고리즘적 흐름을 교란하는 ‘비판적 인터페이스’가 되어, 디지털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지각하며 결정하는지 성찰하도록 이끄는 새로운 시각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