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보이는 풍경들이 정말로 ‘펼쳐져’ 있는 걸까, 아니면 기억과 감정, 시간으로 압축된 밀도의 덩어리일까? 멀리서—이를테면 우주에서—바라본다면 우리가 ‘풍경’이라 부르는 것은 하나의 덩어리, 하나의 지각의 구체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Mass of Landscape - Flight〉에서 김진성은 ‘보는 방식’을 흔든다. 일상적이고 부드럽고 소모적인 두루마리 휴지의 한 조각이 펼쳐지며 섬세하고 정교한 파노라마를 드러낸다. 새들이 광활한 지평선을 가로질러 날고, 보이지 않는 태양 아래 평원이 이어지며, 색의 층은 사유의 퇴적물처럼 차곡차곡 쌓인다. 이 겸손한 종이 롤은 촉각적이면서도 사유적인 세계를 떠받치는 뜻밖의 받침대가 된다. 처음엔 정물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은 철학적 제안에 가깝다. 풍경은 바깥에서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 안에 겹겹이 접혀 압축되어 있는 형상—스스로를 접어 품은 기억—일지 모른다. 눈앞의 세계는 현실의 유일한 판본이 아니며, 또 다른 현실은 우리가 기억을 붙들고 만지는 방식 속에 존재한다고 작가는 암시한다. 연약한 사물 위에 풍경을 올려두는 이 프레이밍을 통해, 작가는 모순의 감각을 느끼게 한다. 유화, 오일파스텔, 색연필이 시간의 압력으로 화면에 겹겹이 스며들며, 평범한 물건 위에 놓인 시각 장면이 집요한 공력으로 빚어진다. 비행 중인 새는 단순한 움직임을 넘어, 작가의 그리움과 감정의 방류, 낮고 긴 메아리를 품는다. 작가의 연작 〈Mass of Landscape〉의 일부인 이 작품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오랜 질문에서 확장되었다. 여기서 보기란 곧 붙들기의 방법이 되어, 한 장면이 사물이 되고, 사물이 존재가 되며, 존재가 의미로 변화한다. 이 그림은 단지 ‘보라’고 하지 않는다. 마치 책상 위에 살짝 올려둔 풍경처럼—고요하지만 살아 있는—감각으로 받아들이길 청한다. 어떤 이에게는 기억의 울림으로, 다른 이에게는 생각이 쉬어가는 자리로 다가올 것이다. 이 풍경은 가만히 서 있지 않는다. 떠 있고, 흘러가고, 날아오른다—생각처럼, 그리움처럼, 조용한 해방처럼.
South Korea, b. 1973
감각의 경계를 드러내는 조용한 울림 — 색과 선의 축적을 통한 정서적 풍경 회화 김진성의 회화는 처음에는 정지된 풍경처럼 보인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면 곧바로 깨닫게 된다. 그 안에는 시간을 따라 흔들리는 빛과 바람, 정서의 결이 얇고 섬세한 선들로 응축되어 있다는 것을. 그녀의 작품은 단지 '무엇을 보았는가'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느꼈는가'를 되새기는 감각의 문장이다. 그녀는 오일파스텔, 색연필, 유화 등을 병용하여 화면을 구성하는데, 이 매체들의 결합은 표면의 밀도감과 내면의 감정 층위를 동시에 구축한다. 수천 겹의 짧은 선들이 한 방향으로 반복되면서 화면에 흐름을 만들고, 이 흐름은 곧 시선의 리듬이자 시간의 누적이다. 김진성은 이러한 반복적 수공의 행위를 통해 풍경을 감각화하고 내면화한다. 그녀의 주요 작업 중 하나인 「풍경의 덩어리」 연작은 ‘풍경’이라는 외부 세계의 형상과, 그것을 바라보는 ‘내면의 감각’을 병치하며 작업의 출발점을 제시한다. 이 시리즈에서 풍경은 일관된 공간으로 제시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조각나고 추상화되며, 때로는 비구상적인 색의 면과 선의 결로만 존재한다. 이는 현실의 재현을 넘어서 기억과 감정이 뒤섞인 풍경, 즉 '느껴지는 것'을 회화적으로 풀어낸 결과다. 예를 들어, 「함께 걷는 길」(2022)은 화면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발자국 형태를 통해 정적인 풍경에 시간성을 부여한다. 흰색 계열의 부드러운 곡선은 눈 덮인 들판처럼 보이지만, 그 안의 결은 빛의 흔들림과 걷는 이의 감정을 담은 일기처럼 읽힌다. 「경계선-숲」(2019)은 적갈색의 숲을 추상적 형태로 압축하여, 시각적 풍경의 끝과 감정의 시작이 교차하는 경계의 공간을 형성한다. 김진성은 이러한 작업을 통해 ‘풍경을 그리는 것’ 이상을 추구한다. 그녀의 그림은 감상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진짜로 보고 있는가?" "감각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기억 속 이미지와 현실은 어떻게 다른가?" 작가의 회화는 이 질문들에 직접적인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색과 선, 텍스처를 통해 각자의 감각을 재조정하고, 보이지 않는 감정의 여운을 시각적 체험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한다. 마치 속삭이듯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울림처럼. 결국, 김진성의 회화는 풍경이라는 외형을 빌려, 감각의 경계와 내면의 기억을 사유하는 회화적 실험이다. 그녀는 붓보다 시간을, 형상보다 감정을, 묘사보다 감각의 언어를 선택하며, 침묵을 통과한 후에야 드러나는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주요 작품 - 함께 걷는 길 (2022) - 경계선-숲 (2019) - 풍경의 덩어리 연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