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윤원은 바닥을 중심으로 공간의 감각과 구조를 재구성하는 설치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작업은 거실과 같은 일상적 공간을 전시장 언어로 번역하며, 접히고 펼쳐지는 알루미늄 바닥을 통해 ‘머무름’과 ‘이동’ 사이의 상태를 물질적으로 드러낸다. 전시가 종료된 이후에도 바닥은 다시 접혀 보관되었다가 다른 장소에서 재구성되며, 하나의 공간은 반복적으로 이동하고 변형되는 구조로 존재한다. 이러한 작업은 고정된 장소로서의 집이 아니라, 임시적이고 유동적인 거주의 감각을 탐구하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손윤원은 아마도예술공간의 아마도작가상을 수상했으며, 2026년 7월 예정된 개인전에서 이전 전시의 알루미늄 바닥을 다시 펼쳐 보일 계획이다.


드러누워 숨을 고르고, 시선을 천장에서 벽으로, 다시 바닥으로 옮긴다. 고개를 돌려 사물들을 바라보고,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감각은 천천히 깨어나고, 온기는 사라지지 않은 채 몸에 머문다.
전시장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닥을 가득 채운 강렬한 노란색의 물결이다. 손윤원의 ‘모로누운’은 이러한 신체의 미세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이 전시는 공간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신체가 공간을 감각하고 점유하며 떠나는 방식 자체를 드러낸다.
오늘날 서울에서 ‘집’은 더 이상 고정된 삶의 기반이 아니다. 급격히 상승한 주거 비용 속에서 많은 이들에게 집은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잠시 머무는 경유지에 가깝다. 특히 2030세대에게 거주는 정착이 아니라 이동의 연속이며, ‘사는 곳’과 ‘머무는 상태’는 점점 분리된다. 한국에서 집은 여전히 안정의 상징으로 남아 있지만, 실제 삶은 그와 어긋난 채 임시적인 체류 위에 놓여 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바닥은 더 이상 당연한 기반이 아니다. 그것은 측정되고, 접히고, 옮겨지며 다시 구성되는 상태에 가깝다. 손윤원은 실제로 자신이 거주했던 공간의 일부를 접어 들고 이동하며, 쉐어하우스의 계단, 신혼집의 발코니, 그리고 현재의 거실을 하나의 연속된 조각으로 만들어왔다. 더 이상 ‘나의 집’이 아닌 장소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접힌 형태로 남겨진 기억의 단위가 된다.
현대미술에서 바닥은 이미 중립적인 배경이 아니었다. Carl Andre 이후 바닥은 조각이 놓이는 장소가 아니라 신체가 직접 경험하는 평면으로 전환되었고, Lygia Clark는 이를 감각과 관계가 발생하는 장으로 확장시켰다.
그러나 손윤원의 작업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녀의 바닥은 더 이상 신체를 지지하는 기반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한 번 펼쳐졌다가 다시 접히고 다른 장소로 옮겨지며, 그 과정 속에서 원본의 기억을 간직한 채 반복된다. 이때 생성되는 것은 단순한 복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를 이어 붙이는 관계의 구조다.
접혀 옮겨진 바닥은 과거의 흔적을 보존하는 동시에 새로운 공간 안에서 다시 펼쳐지며 타인과 공유된다. 개인의 경험으로 시작된 공간은 이 과정을 통해 타인의 감각으로 확장되고, 기억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다시 구성된다. 이 전시는 머물렀던 자리의 흔적을 간직하려는 욕망이 어떻게 타자와의 연결로 전환되는지를 드러낸다.


전시장 바닥은 하나의 단일한 평면이 아니다. 외부에서 내부로 이어지는 노란색의 변주는 공간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준다. 콩기름을 여러 번 덧발라 윤기를 낸 전통 ‘콩댐 종이’로 이루어진 바닥은 좌식 문화에 익숙한 한국 장판의 물성을 환기하며, 수차례 덧입혀진 표면은 피부에 닿는 온기와 눌림의 흔적을 떠올리게 한다. 다른 한편에는 93개의 50×50cm 알루미늄판이 경첩으로 연결된 구조가 설치되어 있다.
판들은 지그재그로 솟아오르거나 꺾이며 변형되고, 바닥을 더 이상 평평한 기반이 아닌 가변적인 구조로 전환한다. 지문조차 남지 않는 매끄러운 표면은 거실이라는 친숙한 공간을 전제하면서도, 얇고 날카로운 금속 구조물의 차가운 인상을 동시에 드러낸다.
두 층위는 하나의 공간 안에서 공존하지만 서로 다른 감각을 발생시킨다. 따뜻한 촉각을 환기하는 장판과 차갑고 비물질적인 금속 표면은 동일한 장소 안에서 서로를 어긋나게 하며, 바닥을 하나의 안정된 조건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분열된 상태로 드러낸다. 이러한 긴장은 바닥이 단순한 물리적 평면이 아니라 우리의 신체와 문화가 긴밀하게 얽혀 있는 조건적 공간임을 드러내며, 관람 경험 자체가 작품 해석의 근거로 작동하게 만든다.


이러한 어긋남은 관람객에게 미묘한 망설임을 유도한다. 이는 단순한 감각의 충돌이 아니라, 신체를 지지하던 공간이 점점 비물질화되고 표준화되는 오늘의 환경과 맞닿아 있다. 피부의 온기를 기억하는 장판과 지문조차 남지 않는 금속 표면은, 우리가 더 이상 ‘머무는 공간’을 경험하기보다 ‘통과하는 구조’ 속에 놓여 있다는 조건을 드러낸다.
바닥은 지면에서 약간 떠 있는 상태로 설치되어 있어, 단단한 콘크리트와는 다른 미세하게 부드럽고 완전히 안정되지 않은 촉각을 만들어낸다. 그 위를 딛는 순간 우리는 확고하게 서 있다고 느끼기보다 잠시 얹혀 있는 상태에 가까워진다.
이때 관람객의 반응은 단일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그것은 조심스러운 거리감으로 작동하고, 다른 이에게는 구조에 개입하고 싶은 충동이나 일종의 놀이적 긴장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전시는 특정한 감정을 유도하기보다 서로 다른 반응들이 공존하는 조건 자체를 드러낸다. 머무름은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끝내 안정되지 않는 과정으로 남는다.




전시장 가장자리에 있는 별도의 공간에는 후안나리의 사운드 작업 ‘아침’이 설치되어 있다. 이 작업은 손윤원과 안드레스 그라시아 비달이 2017년부터 서울, 암스테르담, 세비야에서 수집한 노이즈스케이프를 공유하며 축적해 온 프로젝트의 일부다.
좁은 노란 공간의 벽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 들려오는 소리와 미세한 공기의 흐름은 관람객의 신체를 특정한 자세로 유도한다. 관람객은 몸을 가까이 기울여 소리를 듣게 되고, 그 순간 공간은 단일한 장소가 아니라 서로 다른 도시의 감각이 겹친 상태로 경험된다.
바닥이 물리적으로 접혀 이동하는 구조라면, 이 소리는 시간과 경험을 접어 현재의 공간 안으로 중첩하는 또 다른 방식의 번역으로 작동한다.



1층이 구조와 감각의 긴장을 드러낸다면, 2층으로 이어지는 전시는 보다 연약한 신체의 흔적으로 그 감각을 확장한다. 벽에 걸린 수채화는 물의 번짐으로 형성된 유기적인 형태들로, 바닥에 모로 누웠을 때 느껴지는 체온의 잔상처럼 우리가 머물렀던 자리의 흔적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이와 함께 놓인 ‘얼굴 화병’은 보다 직접적으로 신체와 사물의 경계를 흔든다. 기울어진 채 놓인 얼굴 형상의 화병은 본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태로 제시되며, 그 아래에는 접힌 티셔츠가 받침처럼 놓여 있다. 티셔츠는 단순한 지지물이 아니라, 신체가 남긴 가장 가까운 흔적이자 생활의 잔여로 작동한다.
단단한 구조 위에 올려진 부드러운 천, 그리고 그 위에 놓인 얼굴 형상은 기능과 감각, 사물과 신체의 위계를 뒤섞는다. 화병은 더 이상 꽃을 담는 용기가 아니라 신체의 부재를 암시하는 껍질처럼 보이고, 티셔츠는 그 부재의 흔적으로 남는다.
이때 사물은 독립된 객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신체가 떠난 자리에서 남겨진 감각의 단위이며, 바닥 위에 축적된 시간과 기억이 다른 형태로 전이된 결과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낮아지고, 관람객은 더 이상 공간을 위에서 내려다보지 않고 그 안에 몸을 두는 방식으로 관계를 다시 설정하게 된다.

결국 전시는 하나의 완결된 형태를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속적으로 흔들리는 불완전한 균형의 상태를 드러낸다. 번역은 원본을 옮기는 행위이지만, 동시에 완전히 같아질 수 없다는 실패를 전제한다. 전시는 바로 그 어긋남이 사라지지 않는 상태, 즉 일치하지 못하는 조건 위에서 성립한다.
공간은 끝내 동일한 형태로 고정되지 못한다. 신체와 감각, 구조와 기억 사이에서 끊임없이 다시 구성된다. 우리는 그 위에 서고, 앉고, 모로 누우며 공간과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가 딛고 있다고 믿었던 기반 또한 함께 흔들리기 시작한다.
손윤원은 1990년 서울에서 태어나 현재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를 졸업했으며, 재학 중 Maryland Institute College of Art에서 교환학생 과정을 이수했다. 이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조소 전공으로 석사, 네덜란드 Sandberg Instituut에서 순수미술 석사를 취득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에 출강하고 있으며, 2017년 ‘동굴의 밤이’ 릴레이 전시《발축전》을 시작으로 4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을 통해 작업을 발표해 왔다.